늑대는 세계 명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악당 캐릭터입니다. 어딘가 모르게 음흉하고 포악한 이미지로 이야기에 긴장감을 선사하지요. (실제 늑대는 리더십과 책임감이 강한 멋진 동물인데 어쩌다… 😂)
명작 속 늑대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, 하나는 변장과 거짓말입니다. 늑대는 엄마, 할머니 등 어린 주인공들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존재를 가장한 채 나타납니다. 목소리를 속이기 위해 분필을 먹고 밀가루를 묻혀 털 색깔을 속이고(<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>) 어두운 방에서 아는 사람인 척 연기를 하는(<빨간 모자>) 늑대는, 아이들이 세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나타냅니다.
[이야기마법사] 08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
[이야기마법사] 16 빨간 모자
또 다른 특징은 늑대를 응징하는 방법입니다. 재미있게도 늑대는 주인공을 결코 씹지 않아요. 🤭 꿀꺽 삼키기만 하고 이내 잠에 곯아떨어집니다. 그러면 보호자나 조력자가 나타나 늑대의 배를 가르고 주인공을 살려내지요.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. 늑대의 빈 배 속을 돌멩이로 가득 채우고 실과 바늘로 배를 꿰매야죠. 그리고 잠에서 깬 늑대는 목을 축이려다 개울 물에 빠져 죽습니다.
[이야기마법사] 08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
[이야기마법사] 16 빨간 모자
구전 동화는 아니지만 프로코피예프의 음악극 <피터와 늑대>에도 오리를 삼킨 늑대가 나옵니다. 늑대를 잡은 피터는 늑대를 죽이는 대신 동물원에 보내려 해요. 배를 가르고 돌을 채워 응징하는 결말은 아니지만, 늑대 배 속에 오리가 산 채로 들어 있어 소소한 반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.
[이야기마법사] 39 피터와 늑대
[이야기마법사] 39 피터와 늑대
늑대는 어쩌다 이런 악당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까요? 서구 기독교 문화에서 늑대는 이교도와 유혹을 상징합니다. 신과 신자의 관계가 목자-양 관계로 비유되듯이 말이죠.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. 🐏 ‘양치기 소년과 늑대’ 우화로 미루어 짐작건대, 실제로 생계(목축)와 공동체를 크게 위협하는 골칫거리이지 않았을까요? 천연두와 함께 ‘호환·마마’로 불리며 한반도를 떨게 만들었던 🐯 호랑이처럼요.
이번 시간에는 느슨한 일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개울 속으로 쓸쓸히 퇴장하는 명작 속 늑대를 살펴보았습니다. 두 번 다시 속지 않는 빨간 모자, 용감하게 늑대를 혼내 주는 피터처럼 야무지고 당찬 친구들이 되어 보아요! 🙌